전기차 춘추전국시대입니다.
BYD 같은 가성비 모델이 쏟아져 나오지만, 여전히 전기차의 대명사라고 하면 '테슬라(Tesla)'를 빼놓을 수 없죠.
그중에서도 제가 선택한 모델은 일명 '대란'을 일으켰던 주인공, 테슬라 모델Y RWD (후륜구동)입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이 가격에 테슬라를?"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들었던 모델인데요.
출고 후 지금까지 사계절을 모두 겪으며 약 2만 km를 주행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승차감이 헬이다', '겨울에 주행거리가 반토막 난다'는 소문들,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일까요?
실제 오너 입장에서 느낀 장점과 단점을 가감 없이 털어놓겠습니다.
구매를 고민 중인 분들께 현실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LFP 배터리, 정말 괜찮을까? (충전 습관의 변화)
모델Y RWD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 CATL사의 LFP 배터리입니다.
기존 NCM(삼원계) 배터리보다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화재 안전성이 높고 가격이 저렴하죠.
실오너 입장에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은 '충전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입니다.
테슬라는 매뉴얼에서 공식적으로 "주 1회 100%까지 완충하라"고 권장합니다.
보통 전기차들이 배터리 보호를 위해 80~90% 충전을 권장하는 것과 달리, LFP는 100% 꽉 채워서 타도 배터리 열화(수명 저하) 걱정이 거의 없습니다.
집밥(완속 충전기)이 있는 분들에게는 매일 아침 100%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주행거리의 열세를 상쇄하는 강력한 장점이 됩니다.
현실 주행거리 : 봄/가을 vs 한겨울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이겠죠.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는 350km입니다.
숫자만 보면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하지만 실주행 거리는 다릅니다.
[봄, 여름, 가을]
날씨가 좋을 때 시내 위주로 주행하면 전비가 6~7km/kWh까지 나옵니다.
완충 시 실주행 400km~420km는 거뜬하게 찍힙니다.
서울에서 강원도 속초 정도는 충전 없이 왕복하거나, 가서 잠깐 밥 먹으며 충전하면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입니다.
[겨울철 (영하 10도 이하)]
문제는 지금 같은 겨울입니다.
LFP 배터리는 추위에 약한 특성이 있죠.
영하 10도로 떨어지는 한파에는 주행거리가 250km~280km 수준으로 뚝 떨어지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히터를 빵빵하게 틀고 달리면 배터리 퍼센트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테슬라의 '히트펌프' 효율이 좋고, 배터리 프리컨디셔닝(예열) 기능이 강력해서 충전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장거리 스키장을 갈 때만 휴게소 슈퍼차저 계획을 잘 세우면 일상 영역에서는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승차감 : 가족들은 싫어할 수 있습니다
이건 쉴드를 칠 수가 없습니다.
모델Y RWD의 승차감은 단단함을 넘어 '통통' 튑니다.
특히 방지턱을 넘을 때나 노면이 고르지 못한 도로를 지날 때, 뒷좌석에 앉은 가족들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운전자인 저는 재미있게 느끼기도 합니다.
바닥에 깔린 배터리 무게 덕분에 코너링은 묵직하고 안정적이니까요.
하지만 '패밀리 SUV'로 접근하신다면 반드시 가족과 함께 시승을 해보셔야 합니다.
저는 타이어 공기압을 38~39psi 정도로 조금 낮춰서 타고 다니는데, 이렇게 하면 그나마 탈 만해집니다. (최근 연식 변경 모델은 서스펜션이 개선되었다고 하니 꼭 최신 모델로 시승해 보세요.)
테슬라를 타는 진짜 이유 : 소프트웨어 & 오토파일럿
승차감의 단점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는 것, 바로 '소프트웨어'입니다.
테슬라는 자동차라기보다 '바퀴 달린 아이패드'에 가깝습니다.
① 오토파일럿
고속도로에 올리는 순간, 운전의 피로도가 1/10로 줄어듭니다.
차선을 유지하고 앞차 간격을 조절하는 능력이 타 브랜드의 반자율 주행과는 차원이 다른 안정감을 줍니다.
② OTA (무선 업데이트)
자고 일어나면 차가 똑똑해져 있습니다.
서비스센터에 가지 않아도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UI가 바뀌고, 심지어 주행 질감이 달라집니다.
최근 업데이트로 추가된 기능들 덕분에 "새 차를 산 기분"을 주기적으로 느낍니다.
이 맛에 테슬라를 탄다는 말이 과언이 아닙니다.
광활한 적재 공간과 편의성
모델Y의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공간 활용성만큼은 '호'입니다.
뒷좌석을 접으면 완벽하게 평탄화가 되어 성인 두 명이 누워도 넉넉한 '차박 머신'이 됩니다.
여기에 엔진이 없는 전기차만의 특권, 앞쪽 트렁크인 '프렁크(Frunk)'도 꽤 깊어서 냄새나는 음식이나 세차 용품을 넣기에 아주 제격입니다.
심플하다 못해 휑한 실내 디자인도 처음엔 어색했지만, 오히려 먼지 쌓일 곳이 없고 시야가 탁 트여서 지금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슈퍼차저 : 테슬라만의 해자
전기차를 타면서 가장 스트레스받는 순간은 충전기가 고장 났거나 결제가 안 될 때입니다.
하지만 테슬라 오너는 '슈퍼차저'가 있습니다.
충전기를 꼽기만 하면 알아서 인증하고 결제까지 끝나는 '플러그 앤 차지' 시스템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편리함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주요 거점마다 슈퍼차저가 잘 깔려 있어서, 급할 때 언제든 믿을 구석이 있다는 게 정신건강에 매우 이롭습니다.
총평 : 그래서 지금 사도 될까?
최근 BYD 같은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4천만 원대 전기차 선택지가 늘어났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안락한 승차감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최우선으로 둔다면, 모델Y는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국산 아이오닉5나 BYD 씨라이언7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죠.
하지만,
1. 압도적인 소프트웨어 기술력 (OTA, 오토파일럿)
2. 슈퍼차저라는 편리한 충전 인프라
3. 유행을 타지 않는 미니멀한 디자인
4. 감가 방어 (중고차 가격 방어)
이 네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면, 모델Y RWD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선택'입니다.
저에게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가서 차를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또 모델Y를 선택할 겁니다.
이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물해 줬으니까요.


